서울 주요 상권의 경쟁력이 유동 인구에서 브랜드 밀도와 콘텐츠 집중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강남구 신사동과 압구정동 일대 도산공원 상권은 기존 명품 브랜드 중심에서 1995년 이후 출생한 젠지(GenZ)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가 다수 진입하며 상권 재편을 겪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가 발표한 도산공원 상권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고가 명품 브랜드와 플래그십 매장, 고급 식당이 밀집해왔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까웨(K·WAY)가 도산공원에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며, 일본 컨템포러리 브랜드 유나이티드 도쿄는 3일 한국 첫 매장을 도산공원 인근에 열었다. 온러닝, 스킴스, 헬리녹스 등 젠지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도 도산공원과 압구정 일대에 매장을 확장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도산공원 상권은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성지로 떠오른 성수동 상권의 변화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매장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성수동이 대형 플래그십과 체험형 팝업스토어 중심이라면, 도산공원은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은 만큼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쇼룸형 매장과 프리미엄 서비스 매장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도산공원과 성수동 주요 상권 내 빌딩의 3.3㎡(1평)당 매매 시세는 4억원 수준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성수동 상권에서는 임대료 급등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권 구성이 변화하고 있다. 연무장길 핵심 지역의 권리금은 2021년 대비 15~20배, 장기 임대료는 2023년 대비 2~3배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개인 건물주가 줄고 주요 건물은 대기업 패션 브랜드, 유명 F&B 법인, 자산운용사 소유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에 약 317억원, 시몬스는 2025년에 380억원에 성수동 내 건물을 각각 매입했다. 장기적인 상권 입지 확보를 위한 경쟁이 부동산 거래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홍대 상권은 과거 인디밴드 중심의 문화에서 애니메이션, 굿즈, 피규어 등 서브컬처 팬덤 중심으로 상권 특성이 변화했다. 홍대 AK플라자는 서브컬처 수요에 대응하며 2021년 약 277억원이던 연매출이 지난해 약 982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알스퀘어는 이와 관련해 “브랜드 가치가 임대료와 토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권 변화는 서울 내 주요 상업지역의 소비 트렌드가 단순 유동 인구 확보에서 벗어나, 특정 세대와 콘텐츠를 겨냥한 브랜드 밀도와 집적도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동산 시장과 임대료, 토지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젠지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유입과 서브컬처 중심 상권 형성은 지역 내 상권 특성 변화와 함께 부동산 투자 및 개발 방향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도산공원과 성수동, 홍대 상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다변화를 상징한다. 이들 지역의 변화 추세는 향후 서울 상권의 경쟁 구도와 부동산 시장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