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전세 가격은 2015년 가을 전세대란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일부 인기 단지에서는 2020~2021년 집값 급등기 당시 최고가를 뛰어넘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전셋값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1.37% 올랐다. 이는 2013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이다. 전세 임대차 3법 시행 당시인 2020~2021년 수준을 넘어서면서 전세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2.36%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성북구(2.02%), 도봉구(2.00%), 노원구(1.92%), 송파구(1.91%)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59㎡ 전세 계약이 지난달 30일 보증금 10억원에 이뤄졌다. 한 달 만에 5000만~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6월은 통상적으로 이사 비수기임에도 전셋값이 오른 배경에는 전세 매물 감소가 자리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6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12건으로, 전년 동기 2만4492건 대비 15.9%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에서 전세 매물이 82.3% 급감하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금천구(-72.1%), 구로구(-70.0%), 노원구(-69.8%)도 큰 폭으로 줄었다.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15억원 이하 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인 구간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관련 지역의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강서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7억97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8억9600만원으로 약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동대문구와 종로구도 각각 8억5100만원에서 9억2100만원, 9억1200만원에서 10억900만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 전망은 밝지 않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주택 인허가 누계는 1만9052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으며, 착공 실적도 10.7%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는 중장기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입주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 동시에 지속될 경우 매수 수요가 더욱 늘어나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난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매매 가격 상승이 다시 전세시장 불안을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세난과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심리가 확산 중이다. 이에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고 주택 구매에 나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내 상승 압력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고, 이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여기에 공급 부족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선매수 심리가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 같은 흐름은 단기 반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가격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