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끌어당기게 됩니다.”
-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없다.’
중학교 때, 누군가에게서 들은 듯하다. 이 말은 나의 ‘사랑의 지침서’가 되었다. 오래전에 중국의 소수 민족 ‘모쒀족’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남성 위주의 사회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을 어떻게 할까? 길을 가던 청년이 저 멀리서 길을 가고 있는 처녀가 마음에 들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은 처녀는 그 청년이 마음에 들면 노래로 화답을 한다. 얼마나 멋진 구애 방식인가? 그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찍지 않고 찍히지도’ 않는다.
동물 세계의 사랑법은 너무나 아름답다
여름날, 7년의 암흑을 뚫고 나온 수컷 매미들이 암컷을 향해 온몸으로 노래를 부른다. 배 속을 완전히 비워내어 제 몸을 거대한 악기로 만든 채.
수컷 나비는 마음에 드는 암컷을 발견하면 눈앞에서 날개를 격렬하게 파르르 떨기도 하고, 암컷을 중심에 두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수직의 곡선을 그리기도 한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한용운 시인은 사랑을 통해 ‘님의 침묵’에 도달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작은 나(ego)’를 넘어 ‘큰 나(Self)’가 되는 영혼의 여정이다.
나의 지난 청춘 시절을 생각해 본다. 사랑은 찍는 거라는 잘못된 지침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랑을 잃어버렸던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