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몸을 관리하며 알게 된 것, 답은 항상 불편한 곳에 있지 않았다

“여기가 아파요” 그 말만 믿고 관리하면 놓치는 것들

아프지 않은데 움직임이 줄었다면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같은 곳을 관리해도 다시 불편해지는 이유

15년 동안 몸을 관리하며 알게 된 것, 답은 항상 불편한 곳에 있지 않았다

 

“여 기는 어떠세요?”몸을 관리하다 보면 자주 묻게 되는 말입니다. 분명 움직임이 많이 줄어 있고, 만져지는 긴장도 큰데 고객님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합니다. “괜찮아요. 거기는 안 아파요.” 처음에는 저도 아픈 곳을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런데 몸을 오래 보다 보니 자꾸 질문이 생겼습니다. 왜 가장 불편하다는 곳보다 다른 곳의 움직임이 더 줄고 왜 한쪽을 관리하면 다른 쪽이 편해졌다고 할까? 15년이 지나면서 제가 몸을 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답은 항상 불편한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불편한 곳이 문제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몸이 아프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곳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이 아프면 목이 문제이고, 어깨가 아프면 어깨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프다는 것은 몸의 상태를 그대로 숫자로 보여주는 계기판은 아닙니다. 국제통증학회는 통증을 단순히 조직 손상의 크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통증은 개인이 느끼는 감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 경험이고,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통증을 느끼는 위치와 조직 손상의 정도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어떤 통증은 문제가 생긴 곳과 다른 부위에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를 연관통이라고 합니다. 척추나 관절, 근육에서 시작된 자극이 다른 부위의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습니다. 최근 문헌에서도 통증 위치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어디가 불편하세요?”만 묻지 않습니다. 그 질문 하나로는 몸이 다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 아파요가 괜찮아요는 아닙니다

 

제가 관리실에서 더 신경 쓰는 것은 오히려 이런 경우입니다. 팔이 예전만큼 올라가지 않습니다.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범위가 줄어 있습니다. 어깨 높이가 다르고, 한쪽 팔은 뒤로 잘 가지 않습니다. 고객님은 원래 그래요,  괜찮아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오래 듣다 보면 한 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은 불편한 몸에도 적응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동작도 몇 년 반복되면 자신의 원래 움직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도 만성 요통을 평가할 때 통증의 정도뿐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 저하와 삶의 질을 함께 살핀다고 설명합니다. 얼마나 아픈가 보다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가 몸을 관리할 때 더 중요하게 보는 것도 바로 부분입니다.

 

몸은 안 움직이는 곳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 곳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고 일상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계속 걸어야 하고, 팔을 들어야 하고, 운전하고, 일을 하고, 가방을 들어야 합니다. 몸은 가능한 방법을 찾아 움직입니다. 어깨의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으면 몸통을 더 움직여 손을 뻗는 식의 보상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상은 오히려 몸이 어떻게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매우 영리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을 너무 오래 반복했을 때입니다. 저는 불편한 곳만 보지 않고 묻습니다. “어느 부분이 이 일을 대신하고 있을까?”

고객님은 아픈 곳을 말하고, 저는 움직이지 않는 곳을 봅니다
 

관리실에서 고객님이 오른쪽 어깨가 불편하다고 할 경우 움직임을 보면 왼쪽 흉곽이나 목의 움직임이 더 제한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턱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평소 고개를 돌리는 방향, 씹는 습관, 어깨 위치가 함께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진짜 원인은 반대쪽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하나씩 확인합니다. 어디가 편하게 움직이는지, 어디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지, 어느 쪽에서 몸이 더 힘을 주는지. 한 곳을 편안하게 관리했을 때 다른 움직임이 함께 달라지는지를 봅니다. 저에게는 이런 과정이 몸의 실마리를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15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손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풀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관리해야 하는지 기술을 더 많이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할수록 손 기술보다 질문이 중요해졌습니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아침과 저녁 중 언제 더 불편하세요?” “어느 쪽으로 주무세요?” “오래 앉아 계세요?”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나요?” “예전보다 팔이 덜 올라가지는 않나요?” “관리 후 며칠 정도 편안했나요? 질문들을 듣다 보면 몸을 만지기 전에 이미 많은 것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것입니다.

 

한 번에 다 풀어야 한다는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고객님의 몸이 많이 굳어 있으면 어떻게든 더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관리 시간이 지나도 조금만 더, 여기까지 했으니 이것도 조금 더. 고객님이 “이제 좀 살 것 같아요”라고 하면 보람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면 제 몸은 완전히 바닥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좋은 관리는 한 번에 모든 것을 풀어내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몸은 기계 부품처럼 한 번에 전부 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까지 편안해졌는지 보고, 그 상태에서 며칠을 지냈는지 확인하고, 다음 관리에서 다시 살피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만성 근골격계 통증 관리에서 한 가지 치료에 모든 답을 두기보다 교육·운동·일상 활동·필요한 관리를 개인에 맞게 조합하는 접근을 강조합니다. 관리하는 사람도 오래 일하려면 회복해야 합니다. 고객의 몸을 돌보겠다고 관리사의 몸이 무너지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저 역시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내 몸도 한번 이렇게 살펴보세요

오늘은 아픈 곳을 찾기보다 움직이지 않는 곳을 찾아보세요. 양팔을 천천히 위로 올려봅니다. 두 팔이 비슷하게 올라가는지. 목을 좌우로 천천히 돌려봅니다. 한쪽만 유난히 덜 돌아가지는 않는지. 의자에서 일어날 때 어느 다리에 힘을 더 싣는지. 계단을 오를 때 늘 같은 쪽 다리부터 시작하지는 않는지. 신발 밑창은 한쪽만 더 많이 닳지 않았는지. 가방은 늘 같은 어깨에만 메지 않는지. 예전보다 줄어든 움직임을 ‘원래 내 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통증이 없어도 이런 변화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한 번쯤 몸의 사용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래 앉아 있다면 한 시간에 한 번 정도는 자세를 바꿔주세요. 가벼운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아프지 않은 범위에서 관절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질병관리청 역시 근골격계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칭을 권합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많이 늘이는 것이 아닙니다. 안 쓰던 몸을 다시 조금씩 쓰는 것입니다. 오늘 한 번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내일도 할 수 있는 정도가 낫습니다. 몸의 연결을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손으로 해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손을 대야 할 몸과 먼저 검사를 받아야 할 몸을 구분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답은 항상 불편한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15년 동안 몸을 관리하면서 저는 많은 기술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해진 것은 기술의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고객님이 가리키는 곳만 보지 않는 것. 아프다는 말만 듣지 않는 것. 움직임을 보고, 생활을 듣고, 다른 곳이 대신 버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 관리 후 그 몸이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곳은 분명 중요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답이 꼭 그곳만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불편한 곳을 만나면 바로 답부터 내리지 않습니다. 한 번 더 묻습니다. “이 몸은 어디에서부터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그 질문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몸이 보내는 생활 신호’의 시작입니다.


 

작성 2026.08.31 20:27 수정 2026.08.31 20:57

RSS피드 기사제공처 : 농업경영교육신문 / 등록기자: 한장미 칼럼니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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