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한미가 정례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됐던 연습은 21일 조기 종료되고, 24일부터 27일까지 계획됐던 2부 반격작전 연습은 취소된다. UFS 기간에 예정됐던 연합 야외기동훈련도 일부 축소·조정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미국 측 제안에 따라 연습 기간과 규모를 일부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배경으로 이뤄졌다. 북·미 대화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훈련의 규모와 방식을 조정하는 것은 외교적 선택일 수 있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실제로 기여한다면, 그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정례 연합연습을 도중에 단축하고 반격작전 연습을 취소하는 결정은 연합방위태세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즉 전작권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외교와 안보는 서로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다.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훈련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과 연합방위의 신뢰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특히 훈련이 축소된 뒤에도 한국군과 미군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같은 지휘체계와 통신망, 작전절차 아래 즉시 대응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연합방위는 선언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과 검증을 통해 유지되는 능력이다.
전작권 전환, 일정보다 능력이 먼저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지휘권을 넘겨받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전시에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대규모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국가안보 과제다. 핵심은 한국군이 미래연합사령부를 중심으로 연합작전을 주도할 능력을 갖췄는지, 한미가 그 능력을 함께 신뢰할 수 있는지에 있다.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따라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단계적 평가와 검증을 추진해 왔다. 이번 UFS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마무리하기 위한 한미 공동평가가 예정된 중요한 연합연습이었다.
정부와 군은 이번 훈련 축소에도 UFS 기간에 계획된 한미 공동평가를 정상적으로 시행했고, 완전운용능력 검증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동평가는 연습 이틀째인 18일까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설명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이 납득하려면 “영향이 없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공동평가가 어떤 분야를 대상으로 했는지, 2부 반격작전 취소와 야외기동훈련 축소가 별도의 보완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없는지, 보완 검증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국민과 국회에 설명해야 한다.
UFS는 방어 중심의 1부와 반격작전을 연습하는 2부로 구성된다. 이번에 1부만 진행되고 2부가 취소되는 만큼, 전구 차원의 반격·지속작전 능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피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일정에 맞추거나, 반대로 훈련 축소를 이유로 불필요하게 지연해서도 안 된다. 전환의 기준은 오직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 능력과 객관적 검증 결과여야 한다.
축소 공백을 메울 과제
첫째, 전작권 전환 검증의 틀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군사기밀을 제외하더라도 전환 검증의 큰 틀과 평가 영역, 연도별 보완계획은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이 정치·외교적 거래가 아니라 군사적 준비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둘째, 취소·조정된 훈련의 대체 검증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부 반격작전 연습과 축소·조정된 야외기동훈련이 담당했던 핵심 과업을 분류하고, 연중 분산훈련, 별도 지휘소연습, 합동 도상훈련, 소규모 연합기동훈련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UFS 기간에 실시하지 못한 야외기동훈련을 취소하지 않고 연중 분산해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원칙적 설명이 아니라 훈련별 일정과 검증 목표를 포함한 구체적 보완계획이다.
셋째, 한미 간 훈련 조정의 사전협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연합훈련은 단순한 군사행사가 아니다. 한미동맹의 공동 방위계획과 연합대비태세를 유지하는 핵심 활동이다.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판단이 중요하더라도, 훈련 축소나 중단처럼 한국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충분한 고위급 협의와 공동평가를 거쳐야 한다.
한미 군사위원회(MCM), 한미 국방장관회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기존 동맹 협의체를 통해 훈련 조정의 근거와 범위, 대체훈련 계획, 전작권 전환 평가에 대한 영향을 사전에 공동 점검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국회의 민주적 통제와 초당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태세는 정권의 성과 경쟁이나 정당 간 공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필요한 범위에서 비공개 보고를 받고, UFS 축소가 연합대비태세와 전작권 전환 검증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여야 공동의 정책 권고를 제시할 수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일수록 민주적 통제와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다섯째, 대화 국면과 대비태세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넓히기 위한 외교적 조치는 필요하다. 다만 대화의 조건으로 연합방위의 기본 능력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훈련의 공개 방식과 규모는 조정할 수 있어도, 실제 작전수행 능력과 연합대비태세는 약화되어서는 안 된다. 대화가 결렬되거나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유지돼야 외교적 협상력도 생긴다.
자주국방은 연합방위와 충돌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의 핵심 과제다.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의 주도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확장억제와 연합방위 능력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전작권 전환의 본질이다. 한국의 국방 역량이 커진 지금, 전환 논의를 막연한 미래 과제로만 남겨둘 수는 없다.
그러나 자주국방은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연합훈련을 형식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군이 독자적 지휘·통제, 정보·감시·정찰, 미사일방어, 사이버·우주, 장거리 정밀타격, 군수 지속지원 능력을 갖추고 이를 한미 연합체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할 때 완성된다.
이번 UFS 축소가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된다면 외교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가 국민의 안보 불안이나 전작권 전환 검증의 불투명성이어서서는 안 된다. 훈련 축소가 불가피했다면 정부와 군은 그 빈자리를 어떻게 보완할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시계는 정치의 속도가 아니라 군사적 준비도와 국민적 신뢰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연합훈련을 조정하는 외교적 선택과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안보적 선택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와 한미동맹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법학박사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저서>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공저)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