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거주하던 주택에서 수선 공사로 인해 실제 거주가 어려워지면, 임대인이 대체 숙박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법적 판단이 나왔다. 집주인이 집 바닥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멘트 먼지와 냄새, 곰팡이로 인해 임차인이 거주를 포기하고 근처 숙박시설로 이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대차 계약상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도록 유지할 책임이 있다. 이 의무는 임대인에게 과실이 없어도 적용되며, 임차인이 주거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임대인은 그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부산지방법원은 누수 문제 해결을 위해 위층 바닥을 철거하는 공사가 반복되어 임차인이 거주를 포기한 사건에서 임대인의 숙박비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공용부분 하자로 인한 거주 불가능 상태 역시 배상 범위에 포함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아파트 외벽 균열로 누수가 발생해 곰팡이가 피고 천장이 부식되는 상황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누수 방지 공사뿐만 아니라 임시 숙박비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숙박비는 실제 거주 불가와 비용 발생이 증명된 범위 내에서 인정됐다.
숙박비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서는 공사 등으로 실제 거주가 어려웠다는 점과 숙박비 지출 간 상당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반면 공사 중에도 임차인이 거주할 수 있었다면 숙박비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임대차 계약에서 수선은 필수적인 부분이나, 그 부담을 전적으로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 임대인의 수선 의무 이행 과정에서 임차인이 거주할 수 없게 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계약의 공정성에 부합한다. 이는 임대인이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해당 공간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에 따른 것이다.
성창우 변호사(한국부동산원 울산지사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공사로 인한 거주 불가 상황에서 발생한 숙박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적 기준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차 안정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수선과 관련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거주 환경을 보호하고 수선 공사 시 최소한의 불편을 유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부각된다. 임차인 역시 공사 기간과 범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고, 불가피한 경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대차 계약의 기본 취지는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공사로 인해 거주가 곤란해진 경우, 임대인의 책임 아래 필요한 조치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관련 분쟁 해결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