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전세 매물 수가 5월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5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6389건에서 2만1104건으로 4715건 늘어나며 28.8%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전세난은 여전하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가 전세 매물 증가세를 주도했다. 23일 기준 이들 지역의 전세 매물은 총 1만4200건으로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의 67.3%를 차지했다. 이 중 서초구가 5200건에서 7963건으로 53.1% 증가해 서울 전체 매물 증가분의 약 58.6%를 차지했다. 서초구의 매물 증가는 대규모 신규 입주 물량이 시장에 풀린 영향이 크다. 지난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251가구 입주를 시작했고, 다음달에는 ‘래미안 트리니원’ 2091가구, 9월에는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 전세 매물이 사전에 공급되면서 매물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입주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초구 신규 계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 817건에서 315건으로 61.4% 줄었다. 실제 거래가 감소해 재고가 쌓인 셈이다. 강남구 역시 매물 가격대와 신규 계약 가격 간 차이가 크다. 강남구 전세 매물은 4229건에서 4740건으로 12.0% 증가했지만, 전체 매물 중 10억원 초과 고가 매물이 84.4%에 달한다. 반면 실제 신규 계약에서는 10억원 이하가 54.8%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송파구는 강남3구 중 유일하게 전세 매물이 1726건에서 1497건으로 13.3% 감소했다. 신규 계약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신규 매물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강남3구 외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 증가가 나타났다. 은평구는 202건에서 505건으로 150.0% 늘었고, 강북구는 61건에서 138건으로 126.2% 증가했다. 마포구도 247건에서 546건으로 121.1% 늘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매물 증가는 대체로 입주 예정인 신축 단지 물량이 통계에 포함된 영향이다. 예를 들어 은평구의 경우 10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신축 단지 전세 매물이 260건에 달해 기존 매물 235건과 거의 맞먹는다. 가격대도 5억 초과~7억원과 7억원 초과 매물이 많아 상대적으로 고가다.
마포구도 고가 매물과 실제 계약 간 차이가 뚜렷하다. 현재 매물의 45.0%가 10억원을 넘지만 신규 계약 중 10억원 초과 비중은 14.3%에 불과하다. 신규 계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8%, 직전 3년 평균 대비 50.6% 줄어 기존 계약 만료 물량이 신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재고가 쌓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 전세 시장에서 매물량 증가가 체감되는 전세난 완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입주 예정 신축 단지 물량과 고가 매물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선호하는 가격과 입주 시점에 맞는 매물은 여전히 부족하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량은 직전 3년 평균보다 28.9% 적은 수준이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남혁우 연구원은 “서초구 입주장 인근 지역에서 공실이 발생해야 하지만, 다른 지역 매물이 부족해 서초구 전세 매물 가격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 강화 시 매물 감소와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전세 시장은 매물 총량 증가와 달리 실제 입주 가능한 적정 가격대와 시점의 매물이 부족해 세입자들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과 고가 매물이 매물 증가를 견인하지만, 전반적인 공급 부족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