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정보신문]신승철기자= 최근 은행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이 제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매도인 금융)'과 개인 간 근저당 설정, 가족 차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워지자 실수요자들은 비은행권 자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특히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차용 형식으로 제공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해 매수자의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20억원대 아파트 매물에 '집주인 대출 6억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은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주택 매매에서는 이런 거래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 후 잔금 지급 기간 동안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계약 후 잔금 지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사례가 많아 이 같은 구조가 활용되는 빈도가 높다.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 김제경 소장은 "매도인은 가격 인하를 원하지 않고, 매수인은 대출 제한으로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저당 거래가 성사된다"며 "매도인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구조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제도권 금융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강남권 일반분양 청약에 도전하는 직장인 A씨는 당첨 후 부족한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에서 연 10~15%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는 사금융 이용까지 고민하고 있다. 은행 대출이 막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이미 은행 대출로 집을 산 뒤 근저당 거래 사례를 접하고서 "더 낮은 금리를 찾아 매도인과 협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가격은 오르는데 대출은 계속 조여지고 공급은 부족해 실수요자가 근저당 설정, 가족 차입, 사금융 등으로 자금 조달 경로를 넓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은행권 자금조달이 늘어날수록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연세대 고준석 교수는 "은행 대출이 제한되면 자금 수요가 개인 간 차용,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P2P), 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비공식 거래는 금융당국 통계에 잡히지 않아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가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가 제도권 금융 이용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근저당권 설정 자체에 내재된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담보 가치가 예상보다 낮거나 경매 절차를 통해 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원 지위 승계 제한 여부 등 계약 구조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면서 비제도권으로 자금 쏠림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안정과 실수요자 지원 간 균형을 맞추는 정책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