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사례가 없는 토지를 상속받아 개별공시지가로 상속세를 신고했으나, 국세청이 감정기관에 의뢰한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 약 21억 원을 부과한 사례에서 대법원이 국세청의 감정 의뢰와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상속 시점과 감정 시점 사이에 토지 가격이 변동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은 2019년 4월 어머니가 매매 사례가 거의 없는 토지를 남기고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상속인은 매매 사례가 부족해 보충적 평가방법인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마포세무서는 상속인과 세무서 측이 각각 의뢰한 감정기관 네 곳의 감정가액 평균을 시가로 인정해 약 21억 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상속인은 국세청이 감정을 의뢰해 세금을 다시 매긴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상속세가 국세청의 조사로 최종 세액이 확정되는 세금이고, 적정한 세액 산정을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국세청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감정이 상속 당시의 가치를 소급해 산출한 것이고 객관적·합리적이라면 시가로 볼 수 있다는 기존 판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문제는 그 감정가액을 그대로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상속세법 시행령은 상속개시일 이후 감정이 이뤄지더라도 그 사이에 특별한 가격변동 사정이 없어야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한다는 조건을 규정한다. 대법원은 여기서 ‘특별한 사정’에 시간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토지가격 상승도 포함되며, 이 조건은 감정 기준일뿐 아니라 감정서 작성일 시점까지 충족돼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 사건에서는 상속 시점과 감정 시점 사이에 공시지가와 지가가 크게 움직여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었다.
또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음을 입증하는 책임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세청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후 법원이 새로 선임한 감정인의 상속개시일 기준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세액을 산출했다. 이로 인해 부과된 21억여 원 중 약 1억 원만 취소됐다. 감정과세 자체가 위법이라는 상속인의 주장은 기각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상속·증여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립했다. 다만 감정 시점과 상속 시점 간 가격 변동이 클 경우 감정가액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 제동장치를 마련했다. 이는 매매 사례가 적은 토지나 소규모 빌딩 등 시세 불명확한 자산을 상속받는 이들에게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공시가격은 실제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당장의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국세청이 추후 감정을 의뢰하면 감정가액에 따라 세금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속인들은 미리 감정을 받아 신고할지 공시가격으로 신고할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감정가액으로 신고하려면 원칙적으로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 부담도 따른다.
결국 시가에 따른 세금 부담은 감정을 미리 받든 국세청 감정을 기다리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세금 액수 차이를 결정한 주요 요인은 상속 시점과 감정 시점 간의 시간 간격이었다. 이 판례는 앞으로 상속세 과세 과정에서 감정가액 활용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분명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