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끄는 바다의 리듬, ‘물때지식’이 문화유산이 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조류 예측의 지혜, 국가가 인정한 바다의 시간표

고려사와 실록에 기록된 ‘조류 관찰 지식’… 해양활동의 나침반 역할

조상들이 하늘과 바다의 변화를 읽으며 생존의 길을 찾아냈던 ‘물때지식(潮汐知識)’이 국가가 지키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자리 잡는다.
국가유산청은 11월 28일, 바닷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조류의 주기를 인식하는 전통 해양 지식체계인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물때지식’은 단순히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구분하는 지식을 넘어, 달과 태양의 인력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리듬을 이해한 체계적 생활 지혜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현상을 관찰하며, 이를 15일 주기로 구분한 대조기와 소조기의 순환 체계를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인지해 왔다. 이처럼 달의 움직임에 따라 물의 세기와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조선 이전부터 해양민들의 경험을 통해 전승된 지식으로 평가된다.

[사진:  금강의 물때를 기록한 해조문 바위, 국가유산청 제공]

역사서에도 그 흔적은 뚜렷하다. 『고려사』와 『태종실록』에는 조류의 변화를 이용한 항해 기록이 등장하며, 어로 활동과 조선(造船), 해상 운항 등에 이 지식이 실질적으로 활용된 정황이 남아 있다. 당시 조선인들은 바다를 단순한 생계의 터전이 아닌, 하늘의 운행과 맞닿은 시간의 공간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물때지식은 특히 대조기와 소조기의 흐름에 따라 어획 시기와 항해 시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조류의 세기와 방향을 예측하는 능력은 생명의 위협을 줄이는 동시에, 풍어와 항해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물살이 달라지는 현상 또한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으며, 그에 따라 각 지역별 어업 방식도 발전했다.

 

현대 해양학에서는 조석(潮汐)의 변화가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 작용에 따라 주기적으로 발생한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미 조선 이전의 사람들은 이 자연의 법칙을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활용했다는 점에서 ‘물때지식’은 과학과 전통의 경계를 잇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물때지식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의 변화를 정교하게 관찰해 체계화한 전통 지식으로, 단순한 경험을 넘어선 과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며 “이 지식은 지금도 어민들이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지정 예고는 지역 공동체의 해양 문화와 환경 인식, 자연과의 조화를 담은 ‘지속가능한 전통 생태지식’으로서의 의미를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해안 마을의 어민들이 세대를 거쳐 축적해온 바다의 경험과 감각이 문화유산으로 보호받게 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전문가 자문과 심의를 거쳐 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물때지식’은 전통 어업 문화, 조석 관찰법, 지역별 조류 경험담 등 다양한 형태로 기록·전승될 예정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바다의 시간표, ‘물때지식’은 단순한 민속이 아닌 인류 보편의 자연 인식과 과학적 탐구 정신을 담은 유산으로서 다시금 조명을 받게 되었다.

 

 

 

 

 

 

 

작성 2025.11.29 08:12 수정 2025.11.29 09:01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서하나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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